[은행 취업] 은행들은 왜 해외로 진출하나?


은행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 입장에서 국내은행에 입사했을 때 해외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난 2023년 9월 기준으로 14개 은행이 전 세계 41개국에 지점, 사무소 또는 현지법인 형태로 165개소가 진출해 있습니다. 그럼, 국내 은행들은 왜 해외로 진출하고 있는 걸까요?


1. 국내 은행산업의 포화

국내 은행업 시장은 포화상태입니다. 국내에 은행이 몇 개나 된다고 포화상태인가 하는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상세히 들여다 보자면, 우리가 보통 ‘은행’이라고 부르는 1금융권 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을 합쳐 총 19개이지만,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농협 및 수협의 상호금융까지 은행과 유사한 형태의 업을 영위하고 있는 제2금융권 기관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욱 많아지고, 거기다, 캐피탈사, 자금운용사, 신용카드사 등 대출업무를 할 수 있는 기관까지 합치면 은행의 경쟁상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많습니다. 국내의 안정된 금융환경에서 은행 간 또는 업종 간 경쟁은 당연히 치열할 수 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이러한 경쟁을 피해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니즈가 커지게 됩니다.

2. 낮은 수익성

국내 여러 금융업 중에서도 은행업은 대표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업종에 속합니다. 국내은행들은 투자금융 보다는 상업금융 중심 은행으로 볼 수 있고, 우리나라와 같이 어느 정도 금융이 안정된 환경에서 상업금융 중심 은행들의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은 상당히 낮습니다. 시중은행들의 예대마진율은 통상 1.5% 수준으로 보면 됩니다. 은행의 가장 큰 수입원이 이자수익인데 예대마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역으로, 일부 동남아 국가의 경우 예대마진율이 10%를 넘는 경우도 있다 보니, 국내 은행들은 이렇게 해외로 진출해 우리나라와 다른 금융환경에서 기회를 엿보는 것입니다.

3. 다각화 차원 (리스크의 분산)

어느 기업이던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서 리스크를 분산시키고자 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다각화(diversification)라고 합니다. 은행의 대표적인 다각화 노력 중 하나가 편중된 이자수익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카드, 방카슈랑스, 펀드 등 여러 비이자 사업들을 육성하는 것입니다. 대출 분야를 지나치게 특정 업종에 편중되지 않게 조절하는 것도 다각화 노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은행의 해외진출은 여러 다각화 형태 중 지리적 다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은 국내 사업규모가 가장 크겠지만, 우리나라 은행들이 언젠가 글로벌 은행이 되었을 때, 특정 국가에서의 수익이 저조하면 다른 국가들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충분한 완충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4. 미래 수익원 발굴

위에서 국내 은행산업이 포화상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따라서 은행들은 여러가지 형태로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예로 디지털금융에 대한 투자가 바로 그것입니다. 해외진출도 이와 마찬가지인데, 문제는 해외진출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다른 나라 역시 외국의 금융기관이 자국에 침투하는 것을 상당히 경계합니다. 따라서, 은행이 어느 국가에 진출하고 싶다고 해서 몇 달 만에 일사천리로 진출이 이루어질 수는 없습니다. 해당 국가의 승인을 받기까지 길게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승인을 못받아 진출이 무산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따라서 은행들은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해 미리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선점하려 하는 것입니다.

5. 결론

예전 국내은행의 해외진출은 수출입이나 외화송금과 관련한 외환업무를 원활히 돕기 위한 해외사무소나, 해외에 거주 중인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은행업을 하기 위한 진출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해외진출은 현지인을 대상으로 해당 국가의 금융시스템 속으로 적극적으로 침투하고 정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미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은행들도 씨티은행이나 SC은행처럼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날이 오기를 바래 봅니다.